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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8)]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저자
하타사와 세이고 지음
출판사
다른 | 2012-11-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 그들의 부모는 어떻게 생겼을까?집단 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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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38)]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하타사와 세이고, 구도 치나쓰 저 | 추지나 역 | 다른 | 160쪽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1년 12월 말, 대구 수성구 모 중학교 남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 학생은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특정 학생을 지목했고, 가해 학생들은 구속됐다. 자녀를 둔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교육계는 비상이 걸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2012년 1월 말, 조용한 극장에서 열린 희곡 낭독 공연장에서 관객들은 이 사건과 똑같은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희곡의 제목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살하면서 유서에 다섯 학생의 이름을 써놓았고,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 회의실에 소집되면서 학교 측과 유서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숨조차 편히 쉬지 못했고, 이어지는 작가와의 대화에서 뜨겁게 질문을 퍼부었다. 관객들을 또 한 번 충격에 빠뜨린 이 작은 연극은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됐다. 신시컴퍼니에서 정식 연극으로 제작, 한 달여 짧은 공연 기간 동안 13,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여러 매체에서 끊이지 않고 회자됐다. 집단 따돌림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문제로 날카롭게 파고든 문제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소설로 만난다.

 

소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낭독 공연 직후 도서출판 다른의 제안으로 원작자가 희곡을 소설화해 출간됐다. 원작자이자 소설의 작가인 하타사와 세이고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이 연극을 2008년 도쿄 신주쿠에서 초연해 관객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같은 해 일본 쓰루야난보쿠 희곡상의 최종 후보로 거론될 만큼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런 일이 설마 있을까?’라는 말로 대변되며 우리와는 먼 이야기라고 여겨지던 일본의 ‘이지메’ 문제. 하지만 이제는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이라는 치욕적인 오명에서도 드러나듯, 한국의 집단 따돌림, 소위 ‘왕따’ 문제 또한 날로 그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이 소설이 집필되는 중에도 국내의 청소년들은 학교폭력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연쇄 자살’이라고 불릴 만큼 충격적인 청소년 자살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계속 보도됐다. 밝혀지는 현실은 ‘연극 이상’이었다.

 

2006년, 후쿠오카 현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자살했다. 이 사건에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언론을 통해 접한, 가해 학생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가해 학생은 교실에서 “아아, 뒈져 버렸군. 주물럭거릴 녀석이 없어져서 심심하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의 장례식에 조문을 가서 관 속을 들여다보며 웃었다고 한다. 나도 교사이기 때문에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적은지 실감하고 있다.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가 있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폭력 문제를 접하고 피해 학생의 고통과 슬픔에 제 일처럼 공감하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가해자 문제를 깊이 파고들기를 꺼린다. ‘나는 아니니까’, ‘내 자식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을 테니까’ 와 같은 생각이 우리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리는 가해 학생이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뉘우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깨닫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오래 지나지 않아 통렬하게 뉘우칠 것이라고. 그리하여 가해 학생 부모들은 피해자 부모에게, 학교 측에 ‘선처’를 부탁하며 아이의 미래를 해칠 만한 징계나 조치는 대소 여부를 가리지 않고 극구 반대하고 나선다. 마치 ‘보편적 정의’와 ‘부모의 정의’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것처럼 말이다.

 

가해자 부모들이 말하는 ‘부모로서의 정의’와 그들의 편견, 그것들이 집단 따돌림을 부르지는 않았는지 작가는 부모들의 목소리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그리고 독자들은 가장 무서운 것은 등장하지 않지만 죄책감 없이 웃고 떠드는 가해 학생들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가해 학생들 중에는 피해자였던 아이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교육과학기술부, 국가인권위원회,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생부 기록 문제를 놓고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을 살아가는 학부모, 교사, 학생들을 위해 이보다 더 필요한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작가 소개

 

하타사와 세이고

 

1964년에 태어났다. 극작가 겸 연출가, 극단 ‘와타나베 겐시로 상점’의 점주로 아오모리 시를 근거지로 전국적인 연극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 시체를 넘어 가라」로 2005년 일본 극작가 대회 단편 희곡 콩쿠르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라디오 드라마 각본으로도 문화청 예술제 대상 등 여러 차례 수상했다. 현역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하며, 고문으로 지도하는 아오모리 현립 아오모리추오 고교 연극부는 전국 고등학교 연극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세 차례나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학교 교장을 교직원 선거로 뽑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 「소명」, 피해자 가족이 수형자의 사형을 직접 집행하는 가상의 상황을 다룬 「동토유케」 등 다수가 있다.

 

구도 치나쓰

 

1962년에 태어났다. 1992년부터 극단 세이넨단에 참여, 「호쿠겐 원숭이」 등을 연출했고, 뉴욕 시립대학교 대학원 연극과 석사 과정을 수료, 맥 웰먼의 가르침으로 극작을 시작했다. 2003년 이래로 세이넨단 연출부에 소속되어 폭넓게 활동해 왔고, 2006년에는 극단 와타나베 겐시로 상점의 드라마투르그(문예감독)가 되어 도쿄와 아오모리를 오가고 있다. 고등학교 연극의 연출 심사와 워크숍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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