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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1)]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저자
이든 필포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11-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들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엘릭시르 ‘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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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41)]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저 | 이경아 역 | 엘릭시르 | 50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은 필포츠의 대표작으로 영국 다트무어의 황무지와 이탈리아의 코모 호수를 무대로 전개되는 연쇄 살인극을 그리고 있다. 그의 미스터리는 퍼즐적 요소보다 인물, 배경의 묘사나 분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필포츠는 사악하지만 매력적인 범인을 그려 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으며 이 작품에서도 인상적으로 묘사되는 범인과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수준 높은 미스터리를 완성하고 있다.

 

이든 필포츠 미스터리

 

이든 필포츠는 다트무어를 무대로 한 전원 소설과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소설, 각본 등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다. 이백오십 편 남짓 되는 그의 저서 중에 미스터리는 약 오십 권 정도로 그의 미스터리가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미스터리 황금시대로 다양한 작품들이 양산되기 시작하던 1921년 『회색의 방』부터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은 필포츠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트릭과 사건 위주의 미스터리 소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배경 묘사는 전원 소설을 주로 집필했던 필포츠의 역량이 잘 드러나 있는 부분이다. 이든 필포츠 소설의 큰 특징은 반드시 인간의 인격이나 성격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그 인물이 탐정에 해당하지만, 반대로 범죄자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에서는 그런 인물이 사악하지만 매력적인 범인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탐정 소설이라는 특수한 장르의 작가 중에 자신이 인간성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람을 찾기란 꽤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필포츠의 경우 본래 순문학 작가였기 때문에, 그런 특징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인물’이 이야기의 핵심

 

이 작품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이다. 플롯을 지탱하는 인물들이야말로 바로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붉은 머리의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신출귀몰한 범인의 범행과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은 물론 놀랍지만 그런 스토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일견 평면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반전을 주도할 때 기존의 세계는 뒤집어진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의 탐정은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성격도 수사 방법도 상반되는 두 명의 탐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반은 영국 경찰청 형사인 마크 브렌던의 주도하에 수사가 진행된다. 또한 후반은 미국인 탐정 피터 건스가 등장해 마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추리해 나간다. 독자들이 작품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쯤 이야기는 새로운 색으로 물들어 간다. 다소 싱거웠던 미스터리가 농후한 향기를 내뿜듯이 본격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다. 강한 빛을 발하며 모습을 드러내는 건스의 추리(저자의 구상)는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작가는 피터 건스에 자신을 투영해 자신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피력하고 있다. 마크와 함께 조사에 임한 건스는 실수를 일삼는 그에게 선입견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인생의 선배로서 마크를 이끌어 가는 모습에서 필포츠가 건스에게 얼마나 감정 이입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작가 이든 필포츠 소개

 

1862년 인도에서 태어난 이든 필포츠는 전원 소설과 역사 소설, 각본 등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이다. 각본과 시까지 합쳐 총 이백오십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필포츠의 미스터리는 퍼즐적 요소보다 인물, 배경의 묘사나 분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인물이 반드시 등장하는데 특히 특이한 성격과 심리를 가진 범죄자가 많다.

 

필포츠는『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1922),『누가 다이애나를 죽였나』(1924),『어둠의 소리』(1925),『 의사여, 자신을 치유하라』(1935) 등, 사악하지만 매력적인 범인을 그려 내는 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 그중에서 다트무어의 황무지와 이탈리아의 코모 호수 근처를 무대로 전개되는 연쇄 살인극을 그린『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은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시각적 효과가 일품인 미스터리이다. 탁월한 인물 묘사와 섬세한 배경 묘사는, 탐정이 무대에 오르는 순간 본격 추리 소설의 재미와 결합하여 독창적인 필포츠 미스터리를 완성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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