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42)] 요괴들의 판타지 요재지이(전 2권)
포송령 저 | 장윤철 편역 | 스타북스 | 280쪽 | 각권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유명한 기서 중 하나인 『요재지이』는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신선, 여우, 유령, 귀신, 도깨비나 이상한 인간 등에 관한 환상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특히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얽매는 사회의 제약마저 뛰어넘으며 쾌감을 선사한다. 부조리한 현실 세계에서 위안을 안겨주는 제한 없는 상상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요괴들의 판타지 요재지이』에는 그중 판타지의 요소가 분명한 단편들을 엮었다. 인간의 편견을 뛰어넘어 결실을 맺는 사랑 이야기나 인생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거침없는 성과 자유로운 연애를 묘사한 이야기도 많고, 부패하고 타락한 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판타지 장르에 진출하려는 예비 작가들에게 다채로운 상상력과 동양적인 플롯을 잘 보여주는 고전이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판타지에 대한 관심
중국은 대륙의 지형이 다양하고 인구가 많은 만큼 오랜 역사에 걸쳐 참으로 기기묘묘한 이야기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들의 인간과 동물을 뛰어넘는 기괴한 이야기들은 현재까지도 사람들의 호기심과 공포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자리하고 있다. 홍콩의 <천녀유혼>이나 작년 중국에서 개봉한 <백사대전> 같은 영화도 『요재지이』에서 착상해 만든 영화들이다.
판타지물은 꾸준히 인기 있는 하나의 분야를 차지하여 왔으나 2000년대 들어 새로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할리우드에서도 과학이 최대치로 발전한 시대, 시공간을 거스르는 내용이 담긴 <터미네이터> 류의 공상물이 거대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나니아 연대기>, <해리 포터> 그리고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뱀파이어물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으로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아랑사또전>을 비롯해 더 넓게는 <옥탑방 왕세자>, <닥터 진>, <빅>, <신의> 등까지 가히 판타지물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실의 답답한 한계를 넘어서는 세상이 현실 속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판타지물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는 것도 한 원인인 듯하다.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로 사람들에게 오싹함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자체가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요재지이』에 나오는 인간 세상을 오가는 귀신, 사람으로 변한 여우, 사람을 사랑한 영물이나 도깨비 이야기는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의 오랜 전설들과 엮여 왔다. 『요재지이』는 아무 생각 없이 읽는 그저 오싹하고 기이한 소설로서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책을 읽으며 현대 동양 판타지물의 변천을 이해하고 우리나라에 전해져 오는 토종 이야기들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부조리한 시대에 자유로운 이야기로 거침없이 반항한 포송령
『요재지이』는 신변잡기나 민간의 이야기를 기록했으나 들은 그대로 수록하지 않고, 특이한 이야기를 그려내려는 명확한 작가 의식을 가지고 집필한 작품이다. 백성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전해져 오던 이야기였기에 격식에 들어맞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또한 거침없는 성(性)과 자유로운 연애를 묘사한 것들이 많다.
저자인 포송령 자체가 현실 정치와 시대적 기준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인간에게 내재한 본성을 억압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화려하고 다채로운 수사로써 묘사해 내었다. 『요재지이』가 세상에 나오자 일부 유학자들은 포송령이 지향하는 자유분방한 가치를 경멸했다. 또한 인륜을 망치고 패악을 조장하는 음서(淫書)라고 했다. 하지만 높은 문학적 완성도로 인해 발간 당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관리들이 혼쭐나는 현실에서 느끼는 백성들의 쾌감
포송령이 이러한 재능을 제한 없이 펼쳐 보일 수 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학문이 뛰어났음에도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현실과 형제간의 불화, 가난 등 불우한 삶에 있었다. 그의 고향이 척박한 평원에 광대하게 펼쳐진 지역이었다는 지리적 여건도 포송령의 상상력에 거대한 날개를 다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적막한 삶과 주변 환경이 포송령의 상상력을 더욱 멀리 뻗어 나가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현실에서 좌절당하고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한 만큼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을 통해 자신의 괴로움을 잊고 털어 내고자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작품 가운데 등장하는 부패한 관리, 타락한 학자ㆍ권세가ㆍ부호 등의 이야기는 작가가 평소 지녀 오던 세속의 인정(人情)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얽혀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현실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있으나 과학적인 논리로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판타지이다. 그저 어딘가 존재하는 세계라 믿고 싶고, 있을지 모르는 세계라고 상상하면서 제한적이고 부조리한 현실 세계에서 위안을 받는 것이다. 그 제한 없는 상상의 산물인 『요괴들의 판타지 요재지이』를 통해 신비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길 바란다.
작가 포송령 (蒲松齡) 소개
포송령(蒲松齡)은 산동성(山東省) 제남(濟南) 치천현(淄川縣) 사람으로 명나라 숭정(崇禎) 13년(1640)에 포가장(蒲家莊)에서 태어났다. 포송령의 조상은 원대(元代)에 몽고인을 따라 중국에 들어온 아랍인이며, 산동 일대는 별다른 특산물은 없지만 사방으로 뻗어 나간 도로망으로 인해 사방과 교역이 가능해 일찍부터 상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포송령의 조상은 대대로 그 지방의 명문거족이었지만 윗대에 이르러 가세가 기울어지자 부친 포반(蒲槃)도 유학을 버리고 상업에 종사하였다.
포송령은 그의 네 아들 중 정실 소생의 셋째 아들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재능과 학문이 뛰어나 경사(經史)를 막론해 한번만 가르치면 전혀 막힘이 없는 수재였다. 19세 때인 1658년 현시(縣試)ㆍ부시(府試)ㆍ원시(院試)에 연속하여 수석으로 급제하였지만, 명나라와 청나라가 바뀌는 때의 혼란 속에서 향시(鄕試)에 거듭 실패하며 재주를 펴지 못하였다.
서른세 살부터는 같은 현의 권세가 밑에서 막료와 훈장 노릇으로 생계를 꾸리며 독서와 저술에 전념하였다. 계속되는 꿈의 좌절로 관리로서 출세할 기회가 막히고, 형제간의 반목으로 가난하고 적막한 일생을 보냈다. 일흔의 고령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72세 때 간신히 공생(貢生)이 되었다가 1715년 향년 일흔다섯으로 세상을 하직하였다.
포송령의 저작으로는 『요재지이』와 이곡(俚曲) 14종, 『요재문집』, 『요재시집』 외에도 농업과 의약에 관한 『농상경(農桑經)』, 『약수서(藥?書)』 등이 전한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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