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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4)] 여인의 초상(전 2권)



여인의 초상. 1

저자
헨리 제임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10-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삶의 시련을 겪으며 성숙해 가는 한 여인의 초상!현대 소설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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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44)] 여인의 초상(전 2권)

헨리 제임스 저 | 최경도 역 | 민음사 | 536쪽 | 각권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881년 출간된 『여인의 초상』은 현대 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작가 헨리 제임스가 십여 년에 걸쳐 공들여 구상해 집필한 그의 대표작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원하는 미국 여성 이사벨 아처의 인생 여정과 시련을 그린 이 소설은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제임스의 소설 중 ‘의심할 나위 없는 최고의 걸작’이라 평가받았다.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더불어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제임스는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의 심리와 인물들 사이 갈등에 대한 밀도 높은 묘사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삶의 진실을 포착,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 준다. 주인공 이사벨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추적,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한 인간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 낸 『여인의 초상』은 인간 의식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20세기 현대 소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모범적 작품이다.

 

 

세상 속에서 삶의 시련을 겪으며 성숙해 가는 한 여인의 초상

 

젊고 똑똑한 미국 여성 이사벨 아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꿈꾼다. 그녀는 넓은 세상을 체험하고자 미국을 떠나, 영국에 사는 이모부 터쳇 씨 집에 머문다. 부유하지만 큰 병을 앓는 터쳇 씨와 병약한 사촌 랠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이사벨은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영국 귀족 워버튼 경과 미국인 사업가 캐스파 굿우드의 청혼을 거절한다.

 

터첫 씨가 죽고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후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쳐 보려던 이사벨은 교양 있고 우아하며 완벽해 보이는 마담 멀의 소개로 미국인 길버트 오스먼드를 만난다. 오스먼드에게는 재산도 명예도 없지만 그의 고상한 취향과 묘한 매력에 이사벨은 마음이 흔들리고,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오스먼드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오스먼드와의 결혼을 통해 독립적인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지만 독단적이며 인습적인 오스먼드의 본모습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기대는 산산이 깨지고 만다.

 

소설 초반부, 문이 잠긴 방 안에 홀로 있는 이사벨의 모습은 그녀가 겪을 시련을 예고한다. 고립된 공간에서 주로 독서와 사색을 통해 쌓은 지식을 기반으로 그녀가 꿈꾸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은 아직 현실의 검증을 받지 않았으며 불완전하다. 미국을 떠나 영국과 유럽을 돌아다니며 넓은 세상을 체험함으로써 자신의 현실 인식을 확장하던 이사벨은 오스먼드와의 결혼 생활을 통해 ‘진짜’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 점차 알게 된다.

 

제임스가 『여인의 초상』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깨달음이다. 제임스는 현실을 제한적으로만 인식하던 이사벨이 삶의 시련을 겪으며 변모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정지한 그림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한 인간의 초상을 그려 내며, 이를 통해 인간 의식 속으로 깊숙이 탐구해 들어간다.

 

 

인간 내면에 대한 철저한 탐구가 돋보이는 19세기 미국 소설의 걸작

 

『여인의 초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이사벨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이사벨의 내면을 정교하고 흡인력 있게 서술한다. 특히 이사벨이 밤에 혼자 상념에 잠겨 자신의 결혼 생활과 지난 일들을 돌아보는 42장의 묘사는 이 소설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이사벨은 자신의 과거 선택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되돌아보고 지금 자신이 ‘암흑과 질식의 집’에 갇혀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오스먼드, 랠프, 워버튼 경, 마담 멀 등 여러 인물들이 그녀의 생각 속에서 스쳐 지나가며 재조명된다. 이때 독자는 마치 스스로가 이사벨이 된 듯, 이사벨의 내면에 직접 들어가 그녀가 느끼는 불안과 고통 그리고 갈등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제임스는 『여인의 초상』을 통해 소설 묘사 대상을 외부 세계에서 인간 의식으로 확장한다. 눈에 보이는 바깥 현실과는 다른 ‘내면의 현실’을 실감 나게 묘사한 제임스의 기법은 이후 소설가들에게 모범이 됐다. 20세기 소설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필두로 인간 심리의 심층을 탐구하는 노력들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인의 초상』의 내면 묘사가 얼마나 시대에 앞선 것이었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운명에 꿋꿋이 맞서 현실을 살아 나가는 이사벨의 의식을 정교하게 묘사함으로써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여인의 초상』은 19세기 미국 소설의 걸작이자 현대 소설의 모범이 되는 작품이다.

 

 

작가 헨리 제임스 소개

 

리얼리즘 소설의 정점을 보여주었으며 모더니즘 소설의 가장 중요한 선구자로 평가되는 헨리 제임스는 1843년, 당시 미국에서 유명한 변호사였던 헨리 제임스 1세의 아들로 뉴욕의 부유한 집안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혔고, 한 해 먼저 태어난 형은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이다. 어릴 때부터 여러 차례 부모를 따라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생활했고 제네바, 런던, 파리, 볼로냐, 본 등지에서 가정교사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1862년 하버드 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했으나, 얼마 뒤 문학에 뜻을 두고 단편소설과 평론을 쓰기 시작해 신진 작가로 인정받게 됐다. 이때 발표한 것이 최초의 단편 〈실수의 비극〉(1864)이다. 이후 문학에 전념하며 1966년에서 1869년까지, 1871년에서 1872년까지 『네이션』과 『애틀랜틱 먼슬리』에 기고자로 참여했다.

 

1875년 고국을 떠나 파리로 갔고 거기서 이반 투르게네프,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알퐁스 도데 등과 알게 된다. 특히 투르게네프에게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작중인물이라는 점을 배우는 등 유럽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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