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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24)] 베로니카의 눈물

[책을 읽읍시다 (1724)] 베로니카의 눈물

권지예 저 | 은행나무 | 336|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베로니카의 눈물을 포함한 여섯 편의 소설은 쿠바 아바나, 프랑스 파리, 미국 플로리다 등 다양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이방인으로서 해외를 여행 중이거나 단기 체류 중인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야기의 전개와 함께 서서히 드러나는 관계의 진면이다. 그들은 모두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사유를 하는 순간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표제작인 베로니카의 눈물은 글을 쓰기 위해 이역만리 한국에서 쿠바까지 날아 온 모니카와 집의 관리인 베로니카가 유대감을 쌓아가는 이야기이다. 처음엔 잘 맞지 않는 듯했지만 낙후된 환경에서 현지인 베로니카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모니카와 그런 모니카를 딸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대하는 베로니카의 모습은 연신 웃음과 따뜻함을 주고 급기야 둘의 관계는 쿠바 엄마와 딸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하나 터지며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에겐 상처뿐이었던 낭만의 도시 파리를 사진작업 차 다시 찾은 재이는 아름다운 추억과 비참한 기억이 어려 있는 미라보 다리 위에서 전남편을 다시 만나기로 하고(낭만적 삶은 박물관에나), 남편이 유품으로 남긴 작은 상자의 비밀을 알기 위해 쿠바로 향한 수현은 뜻밖의사실은 믿고 싶지 않아 외면하고 있었던진실을 마주하며 도리어 다시금 생의 의지를 다잡게 된다(파라다이스의 빔을 만나는 시간). 또한 부유하게 사는 친구 부부의 세미나에 대리 출석하기 위해 딸과 함께 플로리다에 온 현주는 시종일관 예민하게 구는 딸이 사실 성폭행 피해자였고 미투 고백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며(플로리다 프로젝트), 은혼식을 맞아 남편과 함께 패키지여행을 떠난 복순은 남편과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고 참견하지 않는 안정된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내내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여행의 특성상 애써 덮어두고 있었던 그간의 묵은 감정과 기억이 끝내 호출되고야 만다(카이로스의 머리카락).

 

마지막으로 실린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는 유일하게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는 여행을 하거나 해외에서 체류하고 있지 않지만, 각자의 이유로 집을 떠나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작가 권지예 소개

 

1960년 경주 출생. 향리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학령기에 서울에 정착.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문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 파리 7대학에서 7년간의 연구 끝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문단에 데뷔, 귀국 후 창작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뱀장어 스튜200226회 이상문학상 대상,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 폭소, 꽃게무덤, 퍼즐, 그림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반 고흐, 장편소설 아름다운 지옥 1, 2, 붉은 비단보,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해피홀릭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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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