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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28)] 곁에 있다는 것

[책을 읽읍시다 (1928)] 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저 | 창비 | 384|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오랜 세월 약자들의 편에서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김중미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곁에 있다는 것.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2000년을 열어젖힌 괭이부리말 아이들이후 20, 연대를 통한 굳건한 희망을 이야기하며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작품이다. 

 

열아홉 살 지우, 강이, 여울이는 인천 은강구 한마을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인 은강은 소설 속 1970년대 풍경과 달리 이제는 판자촌 대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도시의 중심부로부터 더 멀리 밀려났다. 성공을 좇는 사람들은 은강을 떠나 신도시로 터전을 옮겼고, 은강에는 오늘도 여전히 난장이 가족과 다름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산다.

 

3을 맞은 지우에게는 은강방직 투쟁을 이끈 해고 노동자였던 이모할머니의 삶을 소설로 남기겠다는 꿈이 있다. 은강방직에서 일하던 엄마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 외할머니와 살아가는 강이는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호조무사를 꿈꾼다. 여울이는 가난한 은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대에 진학하고자 입시에 매달린다. 각자 가정 환경도, 꿈도 다르지만 세 친구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구청에서 은강구를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침해하는 쪽방 체험관을 추진한다. 자본의 논리 앞에 가난마저 상품화하고, 삶의 터전을 전시하겠다는 발상에 지우, 강이, 여울이는 주위 친구들과 함께 뜻을 모아 맞선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할머니 때부터 이어져 온 은강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자신들을 둘러싼 사회와 마주하며 현실을 깨닫는다. 한 걸음 성장한 세 친구는 10대의 마지막 날인 20161231,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며 벅찬 마음으로 스무 살을 맞는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그랬듯, 작가의 눈길은 여전히 사람에게로 향한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인물들은 혼자서는 돋보이지 않더라도 함께라면 빛날 수 있는 밤하늘의 별자리와 같다.

 

은강방직 해고 노동자인 지우 이모할머니 옥자의 싸움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부당한 탄압에 대한 회사의 사과를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중미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70년대 여성 공장 노동자를 지나간 사건 속 잊힌 인물이 아닌 끊임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주인공으로 호명한다. 옥자의 싸움은 자신과 동료들의 삶을 증명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 젊은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다. 서로의 곁에 있을 때, 이들은 더 이상 노인과 청년이라는 세대 구분으로 단절되지 않고, ‘동지라는 이름 아래 연대한다.

 

지우 엄마 경순은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던 지우 아빠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지우는 시민운동을 계속한 아빠와 달리 결혼 후 육아와 생계에 몰두한 엄마가 안타깝다. 그러나 경순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의 소중함, 그 일을 지키기 위한 노력 역시 시민운동과 동등한 무게를 지닌다고 믿는다. 지우 또한 그런 엄마의 모습을 통해 빛나지 않더라도 값진 생활의 의미를 배운다.

 

그런가 하면 영화감독을 꿈꾸다 공무원 시험 준비로 진로를 바꾼 지우 언니 연우나, 큰 성공보다 안정을 바라는 여울이, 오직 명문대와 아파트만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여울이 엄마 은혜는 등장인물 사이에 긴장과 균형을 불어넣으며 작품이 입체감을 띠도록 돕는다.

 

곁에 있다는 것70년대 여성 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부터, 현재 한국 사회가 빈민을 대하는 민낯을 드러내는 도시 재생 사업,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월호와 촛불 집회까지,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김중미 작가 특유의 믿음직한 목소리로 옮겨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이 소설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출간 이후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변함없이 그대로인 빈곤 문제와, 달라진 가난의 양상을 그리며 긴요한 화두를 던진다.

 

 

작가 김중미 소개

 

동화, 청소년소설 작가.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87년부터 인천 만석동에서 기찻길옆공부방을 열고 지역 운동을 해 왔으며, 2001년 강화 양도면으로 이사해 지금까지 기찻길옆작은학교의 농촌 공동체를 꾸려 가고 있다.

 

1999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원고 공모에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 종이밥』 『내 동생 아영이』 『행운이와 오복이, 청소년소설 조커와 나』 『모두 깜언』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나의 동두천, 에세이 꽃은 많을수록 좋다, 강연집 존재,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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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