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07)] 가족의 나라
양영희 저 | 장민주 역 | 씨네21북스 | 300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과, 극영화 <가족의 나라>를 연출해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자전 에세이. 10대에 북한으로 송환돼 다시는 가족이 있는 일본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 오빠 이야기와 그에 얽힌 가족사를 담았다. 양영희 감독은 현재 세 오빠에 대한 두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발표해 조총련으로부터 북한 입금금지를 당한 상태다.
1970년대 초 지은이가 일곱 살 되던 무렵, 고등학교 1학년생인 둘째오빠와 중학교 3학년생인 셋째오빠, 그리고 대학에 다니던 첫째 오빠까지 세 오빠가 모두 ‘사회주의 조국 건설’의 역군이 되기 위해 나고 자란 일본을 떠나 북한으로 ‘귀국’했다.
전후 일본에 사는 다수의 교포들은 무국적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일본에서 차별을 받으며 대학 입학이나 취직에까지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지상낙원’이라 선전된 북한으로 가는 조총련계 청년들의 선택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했다.
세 아들을 보내며 통일이 머지않았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족. 이후로 북한 체제의 감시 아래 수십 년간 마음을 터놓은 편지 한 장 보내지 못하고 자유로이 만날 수도 없이 생이별에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낸 오빠들은 자유 의지로 다시 일본으로 돌아올 수 없음은 물론, 북한 사회 안에서도 ‘귀국동포’라는 차별을 받으며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 저 나라에서 선택하고, 생각할 자유를 잃어버린 오빠들은 미치거나, 포기하고 순응하거나, 감정을 버렸다. 그곳에서는 ‘생각’을 하면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오빠는 그토록 사랑했던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는 이유로 자아비판의 대상이 돼 정신병을 앓기에 이르렀다. 건축가의 꿈을 꾸며 북한으로 떠난 둘째오빠는 사상교육을 받는 일상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저자가 친근하게 ‘겐짱’이라 부르던 막내오빠는 피나는 노력으로 북한 내 엘리트가 됐지만 마음의 문을 닫은 듯 차가운 포커페이스가 되었다.
셋째오빠는 얼굴 안쪽에 종양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도 북한에서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수년에 걸친 부모님의 노력과 간청, 기다림 끝에 셋째오빠가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잠시 돌아온다. 약속된 기한은 3개월, 27년 만의 귀환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병 치료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겨우 2주 만에 ‘일제귀국령’이 내려져 오빠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게 된다.
‘돌아오라’는 명령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오빠의 모습에 저자는 허탈해하고 분노한다. 일본에 있으나 북한의 체제 아래 얽매인 가족의 모순과 현실에 분노한다. 그리고 북에 묶여버린 오빠들 때문에, 오빠들을 대신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로 한다. 비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벗어날 수 없는 모순 가득한 가족사에 괴로워하면서도, 각각의 자리에서 서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작가 양영희 소개
1964년 일본 오사카 출생 재일조선인 2세. 어린 시절 3명의 오빠가 ‘귀국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갔다. 도쿄의 조선대학교 졸업 후 뉴욕 뉴스쿨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극단 여배우, 라디오 출연자, 보도 프로그램 리포터로 활약했다. 이후 6년간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다 귀국하여 2005년에 첫 장편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을 발표, 베를린국제영화제 NETPCA(최우수아시아영화)상, 선댄스영화제 특별심사위원상을 비롯해 국제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다. 2009년에 두 번째 작품인 「굿바이, 평양」을 내놓았고, 2012년 첫 극영화인 「가족의 나라」로 베를린영화제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을 수상했다. 「가족의 나라」는 2012년 영화 잡지 「키네마준보」가 ‘일본 최고의 영화 1위’로 선정했으며, 영화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일본 대표작으로 출품되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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