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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70)] 아침은 생각한다

[책을 읽읍시다 (2070)] 아침은 생각한다

문태준 지음 | 창비 | 112 | 9,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간결한 언어와 투명한 이미지로 서정시의 정수를 보여주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문태준이 여덟번째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의 아늑한 풍경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다.

 

시인은 아득한 유년의 기억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시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문태준 시의 원천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비밀을 엿보게 된다. 세살 무렵 누나의 등에 업혀 잠이 들었을 때 들려오던 누나의 낮은 노래”(첫 기억)가 자신을 시의 세계로 이끌었음을 고백한다. 또 유년의 풍경 속에서 풀짐을 지고 오시던 아버지를 추억하며 늙은 아버지를 향해 연민과 존중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연과 더불어 자란 유년의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번 시집에는 꽃과 새가 자주 등장한다. 시인은 식물-되기 -되기의 상상력을 통해 자연과 동화되는 모습의 절정을 보여준다. 시인은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우며 공감과 연대의 세계를 보여준다. 자연의 일부로서 뭇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소박한 삶에서 시인은 어린 새가 허공의 세계를 넓혀가듯이” “점점 커지는 기쁨”(점점 커지는 기쁨을 아느냐)을 느끼기도 한다.

 

생태적 상상력이 깃든 문태준의 시는 오늘날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삶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표제작 아침은 생각한다에서는 아침이 생각하고 말하는 행위의 주체로 등장한다. “난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선은 없는지 굽어보고 삽을 메고 농로로 나서는 사람의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생각하며 밤의 적막과 그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것은 아닐까 반성한다. 그간 시인이 써온 서정시를 따라 읽어온 독자라면 가 아닌 아침이 주체로 등장하는 이 시가 분명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인간이 아닌, 생명을 지닌 존재도 아닌 것에 활기찬 목소리를 내어준 이러한 목소리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로 살아갈 뿐이라는 메시지를 생기 넘치는 긍정적인 언어로 보여준다.

 

뭇 생명들의 품속에서 삶의 순간들을 바라보는 그윽한 시선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선한 마음이 깃든 단아한 시편들이 따뜻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공들임의 언어 공들임의 마음”(이경수, 해설)으로 빚어낸 한편 한편의 시를 시인의 포근한 숨결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으로 충만해진다.

 

작가 문태준 소개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 국문과와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처서處暑  9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시 해설집으로 포옹,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우리 가슴에 꽃핀 세계의 명시 1, 산문집으로 느림보 마음,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가 있다.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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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