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450)] 장미의 기적
장 주네 저/장정일 해제/박형섭 역 | 문예출판사 | 456쪽 | 17,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사생아로 태어나 생후 7개월 만에 유기되어 청소년기 때부터 감화원을 들락거린 장 주네는 반항의 주제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가장 개성 있게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다.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뛰어들기까지 30여 년 동안 감화원, 절도, 동성애, 부랑 생활을 이어온 주네는 자신이 경험한 삶에서 출발해 기존 세계의 규범과 대립하는 독창적인 미학을 창조했다. 그리하여 ‘악의 성자’로 칭송받았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드는 주네의 시적 언어는 수많은 사람을 매혹했다.
1947년, 주네가 반복되는 절도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자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장 콕토, 앙드레 브르통 등이 탄원해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20세기 후반의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린 수전 손택 역시 주네를 혁명가라 칭한 바 있다. 주네의 삶과 그의 작품은 동시대 유럽과 영미권의 퀴어 연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는 등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장미의 기적』은 주네의 두 번째 소설이다. 1943년 상테 형무소에서 탈고한 원고다. 감옥에서 육체는 억압되었을지라도 자유로운 정신으로 모색한 세계를 시적 산문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네는 이 책에 도둑, 남창, 동성애자, 부랑자 등에 대한 애착을 담았다. 즉 그는 자신을 거부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방편으로 악에 몰두하는 자들의 삶을 탐닉했다. 규범 ‘바깥’의 삶을 상상 가능한 삶, 아름다운 삶으로 복권하여 삶을 가로지르는 폭력적 위계에 균열을 낸 것이다. 주네는 익숙함, 아름다움, 존엄함 등의 정의를 비판적으로 심문하여 새로운 미학으로 나아갔다.
작가 장 주네 소개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 자들 편에서 시대의 금기에 맞서온 작가이자, 20세기 부조리극의 끝판을 보여준 일명 ‘도둑 작가’이자 ‘악의 성자, 성聖 주네’. 1910년 파리에서 혼외자로 태어나 빈민구제국에 맡겨진다. 10세 때 처음 절도죄를 범하고 감화원에 수감됐다 풀려난다. 인쇄술 전문직업학교에 입학하나 적응하지 못하고 탈출한 뒤, 절도와 부랑 등을 일삼다 16세 때 다시 감화원에 수감된다.
19세에 교도소를 탈출, 프랑스 식민지 군부대에 지원해 모로코와 알제리에서 복무한다. 26세에 탈영해 매춘과 도둑질로 생활하다, 32세에 고서 희귀본 절도로 8개월 형을 선고받아 프렌교도소에 갇힌다. 이때 첫 시 「사형수」와 첫 소설 『꽃피는 노트르담』을 집필한다. 평생 27번의 유죄판결 끝에 결국 종신형 위기에 처해지나, 콕토, 사르트르, 피카소 등 프랑스 문화예술인들의 탄원으로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아 30대 후반에야 기나긴 범죄 이력을 끝맺는다.
소설 『장미의 기적』 『도둑 일기』 『브레스트 싸움』 등과 희곡 『엄중한 감시』 『하녀들』 『발코니』 『흑인들』 『병풍들』 등을 발표했으며, 수십 편의 시와 시나리오를 썼다. 말년에는 사회운동가로서, 미국의 쿠바 개입과 베트남전쟁, 남아공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했고, 68혁명에 가담했으며,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도 앞장섰다. 1986년 유작 『사랑에 빠진 포로』 교정작업 도중 파리의 작은 호텔에서 생을 마쳐 모로코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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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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