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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89)] 카뮈 - 그르니에 서한집



카뮈-그르니에 서한집 1932~1960

저자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장 그르니에 지음
출판사
책세상 | 2012-10-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세계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 장 그르니에와 알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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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289)] 카뮈 - 그르니에 서한집

알베르 카뮈,장 그르니에 공저 | 김화영 역 | 책세상 | 458쪽 | 17,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프랑스 문학, 철학사와 더불어 세계적인 지성으로 이름을 남긴 알베르 카뮈와 장 그르니에. 두 작가가 각각 열아홉 살과 서른네 살이었을 때부터 카뮈가 마흔일곱 살에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주고받은 235통의 서신들을 모아 묶은 책이다. 카뮈가 112통, 그르니에가 123통이다. 어떠한 이유로 카뮈가 그간 모아온 서신들을 모두 불태워버려 그르니에가 보낸 편지는 스물일곱 번째에야 이르러 등장하지만, 어쨌거나 이 책은 두 사람이 평생에 걸쳐 나눈 내밀한 대화의 총체와도 같다.

 

이 책에서 카뮈와 그르니에의 애독자들이 제일 기쁘게 발견하는 것은 이 상이한 두 작가의 지적 운명이 맞물리면서 발전하는 모습이다. 서한집의 편지 글 속에는 이제 막 문학에 눈을 떠 글을 써보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한 청년이 큰 작가가 되기까지의 내적 성찰과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늘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감내했어야 할 외부의 비판과 저 유명한 사르트르와의 논쟁에 대한 카뮈의 속내. 그리고 무엇보다 『이방인 』 『페스트』 『시지프 신화』 등의 역작들이 씨앗의 모습에서 열매로 영글기까지의 과정도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의 세계에 대한 카뮈와 그르니에의 입장이 늘상 일치되었던 것만은 아니다. 근본적 세계관이 달랐던 만큼 둘의 대화에는 차이에서 기인한 대립이 존재했다. 그러나 카뮈와 그르니에는 이와 같은 차이에 대해 내어놓고 토론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들은 그 솔직함과 인간적인 면들로 인해 더욱 감동적이다. 그리하여 그렇게 쌓인 사랑과 신의로 둘은 사제 관계를 뛰어넘어 마침내 영혼의 교감을 나누는, 세상에 둘도 없을 지적·문학적 동반자가 됐다. 문학사상 가장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이들 사제의 관계를 카뮈는 “예속도 복종도 아닌 대화요 교환이요 상호대조였으며, 영적인 의미에서의 ‘모방’”이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조화로운 공감과 차이를 소통하며 주고받은 메아리들이기에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1930년 가을 그르니에는 이미 교편을 잡은 적이 있는 알제로 돌아와 고등학교 입시 철학반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베르 카뮈와 운명적으로 만나지만 카뮈의 폐결핵 발병으로 두 사람의 교유는 이듬해로 유예된다. 건강상의 이유로 재수를 할 수밖에 없게 된 카뮈는 다시 한번 그르니에의 반에서 공부를 하게 되고, 둘 사이에는 문학을 기반으로 한 우정이 싹튼다.

 

그르니에의 에세이와 그가 빌려준 몇 권의 책을 통해 문학에 눈을 뜬 카뮈는 스승의 독려로 알제에서 발간되는 잡지들에 글을 발표한다. 그르니에는 종종 그런 식으로 몇몇 제자들을 독려했는데 그중 베르그송의 철학을 소재로 에세이를 쓴 카뮈는 단연 발군이었다. 바다와 여자아이들, 그리고 축구에만 열광하던 소년 카뮈는 그런 식으로 문학에의 개종을 경험하게 된다. 서한집의 편지는 그런 카뮈가 대학에 들어가고 난 1932년 봄부터 시작된다.

 

1936년에서 1937년, 카뮈는 스승이 자신을 저버렸다고 느낀다. 그는 스승의 권유에 따라 공산당에 입당했다가 탈당한다. 그르니에가 정치적 참여를 비판하는 일련의 강연들을 행하는 것에 배신감과 혼란을 느낀 것이다. 카뮈가 석사학위 과정의 논문을 끝낸 뒤 작가로서의 존재를 확고히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다. 이전까지 아주 사소한 코멘트라도 부탁했던 것과 달리, 그는 스승의 충고와 무관하게 집필 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에 더해 스승의 영역이었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오늘날 우리가 알제, 티파사, 제밀라 등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카뮈의 글들이다. 사람들은 그르니에가 이전에 그에 관한 글들을 발표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두 사람의 서신 교환은 뜸해진다. 카뮈는 작가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독자는 그에게 이제 더이상 스승의 의견이 필요 없음을 느낄 수 있다. 『페스트』는 그르니에가 사전에 그 원고를 읽어보지 않은 채 출간된 카뮈의 첫 작품이다. 한편 그르니에는 이집트 푸아드 대학에 임용되어 프랑스를 떠난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서신 교환이 재개되긴 하지만, 예전처럼 서로 지적으로 충실한 자극을 주고받지도, 흥미로운 의견 교환이 오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두 사람 사이의 그리움은 그대로이다.

 

이후 두 사람은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와중에도 서신 교환을 계속한다. 1959년, 스승 그르니에가 새롭게 개정되어 출간되는 『섬』의 서문을 부탁하자, 그는 기꺼이 그 청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카뮈는 자신의 서문이 실린 스승의 책을 만져보지 못한 채 이듬해가 되자마자 교통사고로 급작스레 세상을 뜬다. 그 서문에는 장 그르니에를 향해 제자 알베르 카뮈가 평생 품어왔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감동적이다.

 

“우리의 지식인 사회가 자랑하여 마지않는 어정쩡한 진리들 가운데는 저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원하는 저 자극적인 진리도 섞여 있다. 이렇게 되고 보면 곧 우리 자신이 모두 스승이요 노예가 되어 서로를 죽이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러나 스승이라는 말은 그와 다른 의미도 지니고 있다. 그 의미로 인하여 스승과 제자는 오직 존경과 감사의 관계 속에서 서로 마주 대하게 된다. 이럴 경우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의식과 의식의 투쟁이 아니고, 한번 시작되면 생명의 불이 꺼지지 않은 채 어떤 삶 전체를 가득 채워주게 되는 대화인 것이다.”

 

 

작가 알베르 까뮈 소개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출생하였다. 알사스 출신의 농업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자란 카뮈는 초등학교 시절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서 평생의 스승이 된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대학시절에는 연극에 흥미를 가져 직접 배우로서 출연한 적도 있었다. 결핵으로 교수가 될 것을 단념하고 졸업한 뒤에는 진보적 신문에서 신문기자로 일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했던 말로, 지드, 사르트르, 샤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초기의 작품 『표리』(1937), 『결혼』(1938)은 아름다운 산문으로, 그의 시인적 자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942년 7월, 문제작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저항운동에 참가하여 레지스탕스 조직의 기관지였다가 후에 일간지가 된 「콩바」의 편집장으로서, 모든 정치 활동은 확고한 도덕적 기반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좌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집단적 폭력의 공포와 악성, 부조리함을 알레고리를 통해 형상화한 소설 『페스트』로 문학계의 대반향을 일으켰고 1951년에는 마르크시즘과 니힐리즘에 반대하며 제3의 부정정신을 옹호하는 평론 『반항적 인간』을 발표하여 사르트르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가 10년 가까운 우정에 금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1956년 『전락』을 발표하면서 사르트르에게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1957년 『이방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최초의 본격 장편소설 『최초의 인간』 집필 작업에 들어갔으나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쳤다.

 

이런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알베르 카뮈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책은 『반항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카뮈의 철학적·윤리적·정치적 성찰을 담은 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반항하는 인간』은 『시지프의 신화』와 함께 카뮈의 대표적인 시론(試論)이다. 1951년 출간 당시 프랑스 지성계를 들끓게 했던 이 책에서 카뮈는, 폭력과 테러를 역사적·철학적·정치적 맥락에서 살피며,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성찰한다.

 

이 외에도 『적지와 왕국』『행복한 죽음』『정의의 사람들ㆍ계엄령』『결혼, 여름』『태양의 후예』『젊은 시절의 글』『스웨덴 연설ㆍ문학 비평』『최초의 인간』『여행일기』『단두대에 대한 성찰ㆍ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전락·추방과 왕국』『안과 겉』 등의 작품을 썼다.

 

 

작가 장 그르니에 소개

 

프랑스의 사상가, 작가, 철학자. 고대 지중해, 인도사상에 경도되어 방랑의 철학교수 생활을 보내고, 알제리에서 고등학생이던 알베르 카뮈를 가르쳤으며, 그 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N.R.F」지에 기고하면서 집필활동을 시작했고, 1968년 국가에서 수여하는 문학대상을 받았다. 리세 알제의 교수를 거쳐 파리대학교 문과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미학을 강의하였다. 존재에 대한 기쁨과 절망을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로 써내려간 그의 작품은 시사성이 풍부하다. 주요 작품으로 『섬』 『카뮈를 추억하며 『어느 개의 죽음』 『일상적인 삶』 『지중해 영감』 『모래톱』 등이 있다. 이외에도 30여 권의 철학서 및 시적 명상과 풍부한 서정으로 가득 찬 에세이집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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