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301)] 산체스네 아이들
오스카 루이스 저 | 박현수 역 | 이매진 | 759쪽 | 2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서울의 상계동 달동네, 브라질의 파벨라, 멕시코의 베씬다드. 모두 빈민가를 부르는 이름이다. 대륙을 뛰어넘어 몇 십 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빈곤’은 그 얼굴만 조금씩 달리한 채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
50년을 가로질러 세기를 뛰어넘어, 용기 있는 빈곤의 증언자들이 들려주는 르포르타주
『산체스네 아이들』은 1956년에 전통적인 인류학 현지 조사로 시작됐다. 시골에서 멕시코시티로 상경한 이농민들에 관한 추적 연구였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베씬다드를 파악하는 작업 과정에서 산체스네 가족을 만나게 된 지 몇 달 안 돼, 오스카 루이스는 자신이 남달리 삶의 경험을 전달하는 관찰력과 입담과 용기를 지닌 사람들을 만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산체스네 아이들』은 그 빈곤의 얼굴을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본 책이 있다. 인류학자인 저자 오스카 루이스는 아내 루스 루이스와 함께 멕시코시티의 빈민가 베씬다드 까사그란데에서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생애사를 4년에 걸쳐 치밀하게 인터뷰하고 세세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다섯 명 가족의 날것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1인칭 서사로 옮겨냈다.
아버지 헤수스 산체스, 그리고 네 아이들인 마누엘, 로베르또, 꼰수엘로, 마르따는 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다사다난한 인생사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부인을 넷, 자식을 15명이나 뒀는데도 그 모든 식구들을 다 먹여 살린 헤수스의 강인한 생활력, 신분 상승을 꿈꾸지만 결국 좌절하고 만 꼰수엘로의 인생, 도박에 빠져 일확천금을 꿈꾼 마누엘의 이야기 등을 읽어가는 사이 우리는 이 빈민들의 인생사 저편에 존재하는 사회 구조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 멕시코는 발전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계속 노동자 노릇만 할 것이고, 계속 가난할 것이며, 죽을 때까지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헤수스 산체스는 이렇게 말한다. 50여 년 전 멕시코 빈민이 던진 이런 일갈에서 ‘멕시코’를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화려한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어쩌면 ‘달동네’는 우리 기억에서 잊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빈곤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산체스네 아이들』은 일반적인 인류학 연구서가 줄 수 없는 독특한 감동과 충격을 동시에 전해준다. 기념비적 학술서이기에 앞서 사실주의 문학, 기록 문학이라고 불러야 할 이 책의 특징 덕분일 것이다. 『산체스네 아이들』은 처음 출간된 때 많은 독자들에게 널리 읽혀 빈곤이라는 문제와 빈민들의 문화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줬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신자유주의 아래 더욱 정교해진 빈곤을 겪어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산체스네 가족의 거침없는 입담 속에서 우리는 빈곤의 사회적 조건, 구조의 문제, 그리고 빈민들의 욕망, 기대, 좌절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오스카 루이스 소개
뉴욕에서 1914년에 태어나 뉴욕 근교의 작은 농장에서 성장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1940년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브루클린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다가 1970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교수로 지내게 되는 일리노이 대학교에 인류학과를 설립하는 일에 도움을 주게 된다. 1943년 처음 멕시코를 방문한 이래로 멕시코 농부들과 도시 빈민은 루이스의 주된 관심사였다.
『산체스네 아이들』을 비롯해 『멕시코 마을의 삶』 『다섯 가족 』 『뻬드로 마르띠네스』 『산체스네 가족의 죽음』 등을 발표했다. 또한 내셔널 북 어워드를 받은 『라 비다』와 『혁명을 살다 . 현대 쿠바의 구술사』를 부인 루스 매슬로우 루이스, 그리고 수전 M. 릭든과 함께 썼다. 또한 학술 저널과 『하퍼스』 등 대중 잡지에도 널리 글을 실었다. 오스카 루이스의 잘 알려진 글들은 『인류학 에세이』로 묶여 출판됐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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