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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20)] 풀베개



풀베개

저자
나쓰메 소세키 지음
출판사
현암사 | 2013-09-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천년의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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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320)]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저 | 송태욱 역 | 현암사 | 212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염세적인 화가 ‘나’와 남편과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와 ‘미치광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특유의 재기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는 ‘나미’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일상적인 세계에 회화적 이미지를 덧입히고 세심한 관찰력으로 자연이나 사물의 새로운 의미를 전달한다. 그런가 하면 나미는 소설의 흐름을 주도하고 이발 솜씨에 대한 터무니없는 확신을 가진 이발사나 고미술품에 열을 올리는 노인 등 개성적인 마을 사람들은 우스꽝스럽고도 연민을 느끼게 한다.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 ‘소설이 없던 시절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20세기의 대문호, 일본의 셰익스피어 등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1984년에서 2004년까지 1천 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이 사용됐다. 이와나미쇼텐에서 1907년 소세키 전집이 간행된 이후 시대를 달리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발간돼 현재까지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라고 하면 한국 독자들에게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문학과 학문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자 천착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이며 곰곰이 생각해볼 인생의 화두가 된다. 나쓰메 소세키는 위통을 평생 앓았고 신경쇠약, 두통에 시달렸다. 무표정이나 신경질적인 표정의 얼굴이 남아 있는 사진의 전부지만 그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엄숙한 얼굴로 인간을 파고들다 어이없이 터져버리는 웃음이고 재미다. 곧 삶, 사랑, 고독, 죽음, 사회 등등의 보편적 문제들은 일본이라는 공간을 넘고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나’는 길을 떠난다.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려고. 인정(人情)에서 떠나 비인정(非人情)을 찾아 자연으로 떠난다. 화가인 ‘나’는 세상에서 고립된 채 작품에 몰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 풀을 베개 삼아 눕는 나그네 길을 걷는다. 그러다 고독이 밀려들면 인정을 찾아 마을로 향한다. 가만히 맷돌을 돌리는 할머니의 옆모습, 아름다운 여인의 멱 감는 모습, 비듬이 풀풀 날리도록 손톱으로 머리를 박박 긁어대는 허풍쟁이 이발사, 바람과 함께 달리는 맹랑한 꼬마 중, 인정 많은 스님과 밤의 산비둘기 그리고 전쟁의 비인정. ‘나’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감들은 여간해서 그림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나’는 ‘나미’라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여성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림은 여전히 그려지지 않는다. 예술가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겪는 불통(不通)의 여정과 당돌하지만 고독한 ‘나미’의 인간관계 속 소통 불가가 만나 끝내는 한 수의 시가 되고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그리고 한 편의 하이쿠 같은 소설이 된다.

 

『풀베개』는 1906년, <신쇼세쓰>에 발표됐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을 막 끝낸 후 자신의 예술론을 집약한 이 작품을 선보인다. 평생 그가 문제로 삼았던 동서 비교문명론 및 근대적 삶과 예술의 문제에 대한 사고가 집약된 일종의 예술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 소개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1867년 일본 도쿄 출생이며 본명은 긴노스케[金之助]로, 도쿄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제1고등학교 시절에 가인(歌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를 알게 되어 문학적, 인간적으로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도쿄고등사범학교·제5고등학교 등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1896년 제5고등학교 교수 시절 나카네 교코와 결혼 했으나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을 보냈고, 1900년 일본 문부성 제1회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에서 유학했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예민하고 우울한 자아를 남겼으며, 이는 귀국 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치유의 한 방편으로 『고양이전』을 썼고 이 작품은 1905년 『호토토기스(두견)』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1907년에 교직을 사임하였으며 아사히[朝日]신문사에 입사하여 『우미인초(虞美人草)』를 연재하고 『도련님』 『풀베개[草枕]』 등을 발표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초 근대적 주체와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풍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인 입장이었다. 그후 『산시로[三四郞]』 『그후』 『문(門)』의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했다.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마음』 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 반복적인 위궤양, 당뇨 등을 앓았던 그는 1916년 12월 병이 악화되어 『명암』 집필 중 4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1984년, 영국에서 그가 살았던 집 맞은편에는 런던 소세키 기념관이 설립되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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