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462)]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저 | 이은경 역 | 단숨 | 432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45년 미국에서 ‘조지 호플리’라는 필명으로 출간돼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이 소설은 국제 스릴러 작가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스릴러 70편에 선정됐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차가운 도시의 밤, 어둡고 관능적인 전경 속에서 수수께끼 같은 죽음의 예언, 서서히 조여 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낯선 음모의 그림자를 작가 특유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문체 속에서 탁월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서서히 조여 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코넬 울리치만의 독특한 기법을 사용해 표현한 누아르의 걸작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울리치의 모든 소설 중 죽음과 운명에 가장 철저하게 지배당하는 작품이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어떤 평범한 은둔자는 할란 레이드라는 백만장자가 3주 안에, 정확히 자정에, 그것도 사자의 아가리 속에서 죽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로 인한 긴장감은 할란 레이드의 딸 진 레이드와 그녀의 자살 시도를 막은 스물여덟 살의 젊은 강력계 형사 톰 숀이 그 운명을 의심하면서도 피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에서 견딜 수 없을 만큼 고조된다.
여기에 누아르의 진수인 악몽의 유형이 있다. 서스펜스 미스터리의 거장답게 코넬 울리치는 말 그대로, 앉은자리에서 벌벌 떨 때까지 독자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감정과 긴장되는 상황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 느낌은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의 거의 모든 부분에 스며들어 있다.
1940년대 중반 이후 소설이나 영화라는 명사와 함께 쓰이기 시작한 이래로 이 형용사는 특별한 의미로 발전하면서, 1930년대와 1940년대의 미국 소설과 1940년대와 1950년대의 미국 범죄영화에서 번성했던, 공포의 시심에 존재한 황량하고 환멸적인 유형의 감상을 일컫게 되었다. 이 스타일의 특징은 두려움, 죄와 외로움, 몰락과 절망, 성적인 망상과 사회 부패, 세상이 우리를 등쳐먹는 악한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느낌, 해피엔드에 대한 거부, 그리고 비운으로 가득한 결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깜짝 놀랄 만큼 생생한 시적 언어에 의해 구원을 얻는다.
형사 톰 숀은 우연히 다리에서 투신자살 하려는 한 여자를 구하게 된다. 여자의 이름은 진 레이드.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인 그녀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궁금했던 톰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어느 날 진의 아버지 할란 레이드는 사업차 출장을 가게 되고, 예상치 못한 일로 예약한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그 비행기는 사고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할란은 딸로부터 비행기의 추락, 자신의 생존이 이미 예언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터무니없는 말이었지만 진의 두려움이 극에 달하자 할란은 예언을 했던 톰킨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톰킨스는 3주 후에 다가올 할란의 죽음을 예언한다.
작가 코넬 울리치 소개
본명은 코넬 조지 호플리 울리치(Cornell George Hopley-Woolrich). 국내에는 그의 필명 중 하나인 ‘윌리엄 아이리시(William Irish)’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03년 뉴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남미에서 보냈다. 1921년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1926년 우연한 기회에 처녀작『봉사료』를 발표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이후 여러 잡지에 작품을 기고하고, 영화의 원작을 각색하는 등의 활동에 몰두했다. 1934년부터 1968년 사망할 때까지 그는 우리가 ‘누아르’라고 알고 있는 작품들을 창작해냈다. 1930년대에 출간된 그의 작품 대부분은 선정적인 싸구려 잡지에만 실렸다. 그러나 이후 『검은 옷의 신부』(1940)를 시작으로 그는 소위 서스펜스 소설에 있어 블랙 시리즈의 막을 열었다. 이것은 ‘세리 누아르’의 한 부분으로 프랑스에서부터 등장하여 그를 일약 황량하고 시적인 장면 묘사의 대가로 칭송받도록 만들었다.『블랙 마스크』를 비롯, 추리소설사(史)적으로 중요한 여러 잡지에 백여 편이 넘는 작품을 기고했으며 1940년대에 이르면 추리소설 작가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서스펜스를 추구하는 그의 작풍은 추리소설 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며 ‘느와르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으며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작으로는 후에 ‘블랙 시리즈’라고 불리는『검은 옷의 신부』『검은 커튼)』『상복의 랑데부』등이 있으며 특히 윌리엄 아이리시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환상의 여인』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언제나 추리소설 베스트10 안에 뽑힌다. 1968년 한 호텔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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