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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527)] 고교 입시



고교 입시

저자
미나토 가나에 지음
출판사
북폴리오 | 2014-07-0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날 하루가 한 영혼을 짓밟고 있다 명문고 입시를 둘러싼 4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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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527)] 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저 | 권남희 역 | 북폴리오 | 396쪽 |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슈퍼 히트작 『고백』을 필두로 『모성』『속죄』 등으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인 미나토 가나에. 그가 본격 학원 미스터리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 『고교 입시』는 명문고 입시를 둘러싸고 48시간 동안 펼쳐지는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로 과열된 입시 경쟁과 집단 따돌림, 인터넷상에서 붉어지는 익명성의 폭력 등을 다루며 학교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묻는다.


이 작품은 후지TV 드라마로 먼저 제작된 것인데 미나토 가나에가 최초로 드라마 대본에 도전한데다 <눈물이 주룩주룩><드레곤 사쿠라>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 나가사와 마시미가 주연을 맡아 국내에도 화제가 됐다.


현 내 가장 우수한 고등학교인 이치고. 이치고의 입학은 이 지역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인가 실패인가로 나누는 척도가 될 정도로 그 기세가 등등하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불길한 징조들로 가득 찬다. 시험 전날, 고사장마다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벽보가 붙어 있는가 하면 한 선생님의 휴대전화가 숨겨져 있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시험 당일 입시 시간 중 한 여학생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고사장 내 휴대전화는 반입이 금지 되어 있고 들키는 즉시 실격이다. 하지만 극성맞은 부모들이 학교 내로 난입하며 일은 이상하게 돌아간다. 게다가 시험지 한 장이 분실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가?


드라마가 되었던 작품답게 영리하게 잘 짜인 장치들로 읽는 재미가 한층 배가된 엔터테인먼트이자 전작들에 비해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해진 사회파 미스터리로 일본의 대표 문예지 <다빈치>는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부르는 미나토 월드 그 자체”라고 호평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불편한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가이자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러로 인정받고 있는 미나토 가나에. 그가 이번에는 학교로 돌아왔다. 최고의 히트작 『고백』은 물론 『왕복서간』 『모성』 등을 통해 간간히 학교를 무대로 하거나 관련된 소재들을 삽입한 것은 아무래도 고등학교 교사였던 전직의 영향에서일 것이다. 이번 작품인 『고교입시』는 좀 더 본격적이다.


오롯이 학교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인데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있어서는 초미의 관심사요, 단 한 번의 기회로 어린 청춘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지독한 이벤트인 입시를 주요 소재로 끌어오며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학교인 이치고는 이 지역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명문고로 비상식적일 정도로 맹목적인 선망을 받는다. 이곳의 합격 여부가 이미 인생의 승자와 패자를 가름하는 분위기라든지 실패 이후 오래도록 이어지는 집착과 상처, 졸업생들의 자부심은 굉장하다. 특히 이치고 출신 교사들, 이른바 ‘이치고 OB’들의 자부심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다. 이치고에 합격한 후 책상을 버리는 행위를 ‘전설’이라 부르며 멋있는 전통인양 떠들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딸이라도 이치고 출신이기에, 좋은 회사를 다니지만 일반 고등학교 출신이라면 만날 수 없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입시나 명문 대학에 대한 선망, 그리고 매해 수능시험 후에 자살 사건들을 맞닥뜨리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이처럼 엄혹한 서열 재단으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이치고 합격에 목을 매게 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조금의 의심도 없이 공명정대하고 정확하게 처리되어야 할 시험 채점에 문제가 생긴다면? 뒤바뀐 주의사항을 내 건 탓에 휴대전화가 울렸지만 실격 처리 시키지도 못하고, 본부까지 쳐들어온 현 의원 사모와 동창회장을 내쫓지도 못하고 사라진 시험지의 처리를 놓고 이리저리 골몰하던 선생들은 어떻게든 책임 회피로 일관하며 도망갈 틈만 엿본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중계하는 인터넷 게시글에 휘둘리며 마침내 동료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미스터리하고도 블랙코미디적인 상황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분명하다. 학교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것이다. 이치고는 열다섯 어린 학생들에게 저마다 다른 의미로 각인된다. 거창한 인생의 목표로 생각되는가 하면, 통과점일 뿐이라고도 하지만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굉장한 권위와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은 아니다. 주인공인 하루야마 교코의 입을 빌려 저자는 학교의 의미를 되짚는다.



작가 미나토 가나에 소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잔혹하리만치 집요하게 묘사하는 일본의 추리 소설가. 1973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나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에도가와 란포와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읽는 ‘공상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효고 현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서른 살을 맞아 글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미나토 가나에는 단시短詩, 방송 시나리오, 소설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집필을 시작했다. 2005년 제2회 BS-i 신인 각본상 가작 수상을 시작으로, 2007년 제35회 창작 라디오 드라마 대상을 수상하는 등 방송계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을 드러냈다.


국내에서는 『고백』이라는 작품을 통해 단숨에 일본 대표 소설가로 인지도를 얻었으며 그 외 『모성』『속죄』『N을 위해서』『야행관람차』등 꾸준히 작품이 소개되며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고교 입시』는 2012년 후지TV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동명의 드라마를 소설화 한 것으로 미나토 가나에가 최초로 드라마 대본에 도전한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도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다룬 데다 드라마를 고려한 보다 극적인 구성으로 결말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웰메이드 학원 미스터리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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