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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너는 모른다』와 『그림자』로 국내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불러 모은 바 있는 카린 지에벨의 2014년 작 『마리오네트의 고백』이 출간됐다. 카린 지에벨의 소설에 나오는 작중 인물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불문하고 정의와 선을 추구하는 도덕성과는 거리가 멀다.
『마리오네트의 고백』의 주인공들 역시 지난날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깊은 상처를 받아 사회활동이 불가할 만큼 인격 장애를 갖게 된 인물들이다. 물론 성장기에 끔찍이 고통스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사회부적응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마리오네트의 고백』의 주인공들은 자라는 동안 차마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멸시와 조롱, 폭행을 당하며 치유 불가능한 상처와 증오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다.
이 소설의 주요 설정은 시골 농가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마와 강도의 대결이다. 보석상을 턴 4인조 강도 일당이 경찰을 피해 달아난 곳이 하필이면 연쇄살인마 부부가 사는 농가였다. 남달리 비밀스런 사연을 간직한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 속에 노출시키고 그들의 심리 변화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세밀하게 드러내 보이는 동안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콤플렉스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된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열다섯 나이에 엄마를 도와 동생들을 거두어야 할 입장이 되는 바람에 학업을 포기하고 무장 강도의 길을 택한 라파엘, 유년기부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폭력에 시달리며 멸시를 당하다 연쇄살인범이 된 파트릭, 사생아로 태어나 자신을 키워준 삼촌에게 성폭행과 폭압적인 지배를 당하는 동안 스톡홀름신드롬을 겪고 끝내 끔찍한 살인마의 조력자가 된 상드라, 작가는 그들이 어떤 좌절과 고통을 겪은 끝에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생생한 에피소드와 치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그려낸다.
이 소설의 핵심 인물인 연쇄살인범 파트릭과 무장 강도 라파엘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분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 사는 동안 타인으로부터 단 한 번도 사랑받아본 적 없는 파트릭, 집이 가난하지만 서로를 극진히 사랑하는 가족을 가진 라파엘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 사람은 극단적인 살인마, 다른 한 사람은 비록 강도이지만 인정과 연민이 있는 무장 강도가 되었는데 두 사람을 가르는 분수령은 바로 애정의 차이라 할 수 있다.
파트릭의 엄마는 자그마한 카지노하우스를 운영해 생계를 유지해가는 가운데 파트릭과 누이동생을 손님들의 성적 노리개로 제공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파트릭의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개를 죽여 요리를 만들고 먹기를 강요하는 엽기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청소년 시절, 엄마의 질시와 성적 폭력에 시달리던 파트릭은 엄마의 고객이자 주정뱅이인 가해자를 살해하지만 미성년자인 탓에 실형을 살지 않는다. 다만 이후 잔혹한 살인마가 되는 시발점이 된다.
보석상을 털다 10년 이상 옥살이를 한 라파엘을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점에서는 파트릭과 다름없지만 그에게는 사랑하는 엄마와 형제들이 있다. 비록 동생들을 거두기 위해 무장 강도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가 여전히 인간에 대한 연민을 유지해갈 수 있는 배경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범죄자를 양산하는 사회의 책임에 대해 꼬집는다. 빈부의 차이, 물신숭배, 가난한 자들에 대한 질시와 경계 따위가 잔혹한 범죄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묻는 것이다. 무장 강도 형제와 파트릭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게임과 등장인물들의 변화무쌍한 심리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노라면 인간의 사악한 면모에 분노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 지경까지 추락하게 된 끔찍한 과거와 배경이 드러나면서 최소한의 이해와 동정이 일기도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잔인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며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게 된다. 무장 강도 라파엘 형제와 연쇄살인마 파트릭의 대결은 과연 누가 최후의 생존자가 되어 3천만 유로 어치의 귀금속을 차지하게 될지에 대한 관심사와 맞물리며 시종 독자들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작가 카린 지에벨 소개
1971년 프랑스 동남부 해안도시 바르에서 태어나 지금도 거주하고 있다. 연필을 쥘 수 있는 나이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대학에서 법률 및 라이선스를 공부했다. 국립공원관리인, 아동통학지도, 프리랜서 사진작가, 변호사 등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쌓으며 소설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 자양분을 얻게 되었다. 데뷔작 『테르미누스 엘리시우스』로 2005년 마르세유 추리소설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발표한 『죄를 위한 살인』으로 코냑추리소설대상, 2007년 발표한 『어둠이 할퀴고 간 자리』로 SNCF독자대상을 수상, 2012년 『그림자』로 다시 코냑추리소설대상과 마르세유추리소설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그림자』와『속죄를 위한 살인』은 프랑스 느와르 스릴러의 최고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발표하는 작품마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프레드 바르가스와 더불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스릴러 작가로 통한다. 『그림자』는 2012년 작으로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간되었다. 광고회사의 촉망받는 커리어우먼 클로에가 한 사이코패스의 은밀한 계획에 의해 세 상과 주변사람들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고 파편화되어 가는 과정을 섬뜩한 서스펜스를 선보이며 치밀하게 그려 보이고 있다.
주요작품으로 『Purgatoire des innocents』 『Maitres du jeu』 『Jusqu'a ce que la mort nous unisse』 『Terminus Elicius』』『Les morsures de l'ombre』 『Meurtres pour redemption』『Chiens de sang』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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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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