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낭만적 사랑’과 ‘생활인의 감각’ 사이에 놓인 절묘한 소설『소매각시』.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결핍의 욕망’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결핍의 욕망이란 돌려 말하면 결핍된 대상을 향한 하염없는 갈망을 의미한다. 결핍이 욕망을 낳고, 그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낳는다. 그런 까닭에 심봉순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또 갈망한다.
표제작 「소매각시」에 묘사된 ‘나’와 그 남자의 사랑이 그러하다. 또 「크시코스의 우편마차」에 등장하는 최 선생의 격렬한 사랑과 비극, 그리고 「나리에서」라는 작품에 표현되는 ‘나’와 규의 사랑 등에는 무엇보다 욕망의 심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연인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낭만적 환상을 현실의 도덕과 대치시키는 소설의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 낭만적 환상은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환상이다. 「소매각시」와 「나리에서」는 이러한 환상이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심봉순 작가의 소설에서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소설 「배추」나 」매곡에 간다」, 「그림 장부」 등에서는 낭만적 환상의 폐쇄적 구조를 넘어설 소설적 계기를 작가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무엇보다 생활인들의 감각을 표현하는 작가의 시선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낭만적 사랑에 초점을 맞춘 소설들이 개인의 내면 고백에 집중되어 있다면 「배추」나 「매곡에 간다」 등의 소설들은 바깥의 현실과 부딪치며 형성되는 민중들의 생활 감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심봉순 작가의 소설은 ‘자아의 신화’라는 내면에 집착하는 인물들과 생활인의 감각을 지닌 채 저마다의 생을 영위하는 인물들을 병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작가의 관심이 이 두 인물군에 고루 퍼져 있음을 암시한다. “누구나 낭만적 사랑을 원하고 그 사랑이 실현되기를 원한다.” 심봉순 소설의 한 부분이다. 한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생활인의 감각을 벗어나 살 수는 없다.” 심봉순 소설의 또 다른 부분이다.
낭만적 사랑과 생활인의 감각 사이에 그녀의 소설이 있다. 자아의 신화라는 욕망을 무기로 작가는 생활인의 감각을 실천하는 다기한 인물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것을 작가의 인식이 외부로 확장되고 있다는 징표로 봐도 좋을까. 생활인의 감각에 대한 소설적 천착이 이 시대의 소설계에 필요하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말이다.
작가 심봉순 소개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관동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졸업했다. 2002년 김유정 전국문예공모에 산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2006년 계간 『문학시대』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5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여했다. 장편소설 『방터골 아라레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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