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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28)]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책을 읽읍시다 (928)]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렐리 발로뉴 저 | 유정애 역 | 북폴리오 | 256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오렐리 발로뉴의 소설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건강염려증에 고집불통, 변태에 연쇄살인범으로 불리는 남자, 이웃에게 까탈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안하무인,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팔십 노인 페르디낭. 유일한 동반자인 애완견 데이지를 잃고 실의에 빠진 그에게 더 큰 시련이 닥친다. 그건 아파트 관리인의 계략으로 양로원에 떠밀려 가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살인범 누명까지? 인생이 송두리째 붕괴되어 나락으로 떨어질 페르디낭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시작된다.


언제나 조용하고 하루하루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는 프랑스 파리 보나파르트 가 8번지. 이곳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녀들이 성장해 둥지를 떠나고 덩그러니 노파들만 남았다. 아파트는 고양이의 가르랑거림이나 카나리아의 노랫소리, 노파들이 둘러앉아 노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 한 훼방꾼이 도착한다. 알 수 없는 과거와 이상한 비행들로 수군거림의 대상이 된 페르디낭 브룅, 그것도 혼자 사는 남자라니. 이 소설의 주인공 80대 노인 페르디낭은 즉시 보나파르트 가 8번지 아파트에 사는 노파들을 오싹오싹 두려움에 떨게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페르디낭 브룅은 참으로 특이한 남자다. 그는 점점 귀가 잘 안 들렸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대화를 나눌 상대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몇 시간 더 뒤에 낳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끝까지 버텼지만 14일이 되기 20분 전에 그를 낳았다. 아내는 그가 퇴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다른 남자와 도망가 버렸다. 페르디낭은 주차 자리를 뺏길까봐 빈 석유통을 들고 주유소에 다녀오는 사람이다. 바짓단이 다 해지고 헐렁해진 바지를 입고 구멍 난 팬티들을 입는다. 한마디로 고집불통 민폐 노인이다.


그의 괴팍함을 잠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쓰레기통에 불 지르기, 입만 열면 잔소리, 분리수거 무시하기, 연쇄 살인이 등장하는 스릴러 소설책 읽으며 주변에 겁주기, 노파들 티타임 즐기는 데 청소기 돌리기, 한밤중에 음악 틀어 잠든 아기 깨워 울리기, 초인종 누르는 데 대꾸 안 하기. 얌전한 이웃 쫓아내기까지. 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애완견 데이지다.


“모든 게 단순하다. 교활함이 없다. 속박이 없다. 애정을 미끼로 하는 협박 따위도 없다. 소소한 배려든 부드러운 말이든 찔끔찔끔 인색하게 굴 필요가 없다. 어찌 되었든 그는 그런 걸 할줄 모르는 사람이다. (중략) 하지만 데이지가 어제 저녁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페르디낭은 피가 마르는 것 같다. 데이지는 그가 사는 마지막 이유다. 그는 데이지를 기다릴 것이다. 어쨌든 여든두 살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이웃집 노파 베아트리스에게서 데이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페르디낭은 실의에 빠진다.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꼼짝하지 않는다. 그는 일어나고 싶지도 않다. 적막한 집의 침묵이 그를 숨 막히게 한다. 그는 이제 아무런 욕구도 없다. 이혼했을 때처럼 먹고 싶지도 않다.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려고 하는 그에게 작은 꼬마, 줄리엣이 불쑥 찾아온다.


“난 점심 먹으러 왔어요! 난 학교 식당이 싫어요. 난 줄리엣이에요. 이제 할아버지를 페르디낭이라고 부르겠어요. 그게 더 간단하잖아요.”

“한 번 더 말하겠다. 네가 들고 온 것 가지고 여기서 당장 꺼져. 뻔뻔한 것 같으니!”


평온하고 아무 일 없으며, 게다가 애완견 데이지가 죽고 세상 누구와도 대화하기 싫은 페르디낭에게 윗층으로 이사온 줄리엣이 나타난다. 초등학교 5학년 쯤 되는 천진난만한 줄리엣은 페르디낭의 집에 찾아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의 평온함도 잠시, 괴팍한 민폐 노인 페르디낭이 아파트 관리인 쉬아레 부인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관리인 쉬아레 부인은 아파트의 평화를 위해 페르디낭을 쫓아보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페르디낭이 기르던 개 때문에 자신의 카나리아가 죽었다고 믿는다. 아파트 정문 앞에 개똥이 있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 건물을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그녀는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페르디낭이 최단 기간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치게 할 계획을 짜냈다. 그것은 바로 페르디낭이 애지중지하는 애완견 데이지를 없애고, 페르디낭의 딸을 부추겨 혼자 쓸쓸하게 살 페르디낭을 양로원으로 보내버리는 계획이다.


쉬아레 부인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어 페르디낭에게 불행이 다가오는 가운데, 어느날 쉬아레 부인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죽는다. 페르디낭은 아파트 관리인 쉬아레 부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유치장에 갖힌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유일한 혈육인 딸 마리옹은 지금 싱가포르에 있다. 게다가 자신을 잡아온 사람은 바로 마리옹의 전남편이다.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꼬마 줄리엣에게 기대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황은 그에게 절망적이다. 그는 이대로 감옥에서 남은 평생을 보내야 하는 것인가. 인생이 송두리째 붕괴되어 나락으로 떨어질 페르디낭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이제 시작된다.



작가 오렐리 발로뉴 소개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녀의 오랜 꿈이었지만 나이 서른이 돼서야 시작했다.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소설로, 첫아이를 낳아 휴직하는 동안 스토리를 구상했다.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해외에 거주하면서, 글쓰기를 꿈꾸며 수첩에 적었던 메모를 토대로 매일 다섯 시간씩 작품에 매달려 4개월 만에 완성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개인 전자출판 서비스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출간 즉시 아마존 전자책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소설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서도 주목받았으며 20만 독자들이 그녀의 이이기를 읽었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 렝스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하고 있다.


www.facebook.com/aurelievalognesauteur

aurelie.valognes@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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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