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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0)] 보이체크·당통의 죽음


보이체크 당통의 죽음

저자
게오르크 뷔히너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2-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세기 독일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가 24세의 나이로 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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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90)] 보이체크·당통의 죽음

게오르크 뷔히너 저 | 홍성광 역 | 민음사 | 254쪽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세기 독일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가 24세의 나이로 요절하며 남긴 작품 중 오늘날까지 남아 전해 오는 것은 단 네 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전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수작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보이체크」와 「당통의 죽음」은 뷔히너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뷔히너는 두 작품에서 사실적인 묘사와 파격적 형식 그리고 강렬한 대사를 통해 모순된 현실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잃은 인간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표현해 냄으로써 현대극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파격적인 형식으로 풀어 낸 밑바닥 인생의 비극, 「보이체크」

 

뷔히너가 남긴 미완성 희곡 「보이체크」에서 주인공 보이체크는 한편으로는 대위의 이발사로,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의 실험 대상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의사와 대위에게 착취당하고 모욕받으며 점점 광기에 빠져드는 보이체크. 설상가상으로 아내 마리가 다른 남자와 바람난 것을 안 그는 비극적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보이체크」는 1821년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체크라는 인물이 저지른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일정한 직업도, 거처도 없이 힘들고 가난한 삶을 이어 가다 극단적 선택에 이른 현실 속 보이체크의 사례에서, 뷔히너는 한 개인의 삶을 옥죄고 짓누르는 비정한 사회의 모습을 발견했다.

 

뷔히너는 당시 비극에서 보통 다루던 귀족이나 시민 계급이 아닌 하층민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삼아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부조리한 현실을 가감 없이 그려 냈다. 또한 전통 희곡의 완결된 기승전결 구조에서 벗어나 단편적인 장면들을 나열함으로써 현대 희곡의 ‘열린 형식’을 선구적으로 보여 주었다. 「보이체크」는 독일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희곡 중 하나며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오늘날까지도 여러 예술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삶이냐, 죽음이냐. 고뇌하고 회의하는 혁명가의 초상, 「당통의 죽음」

 

「당통의 죽음」은 뷔히너의 첫 희곡으로서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삶과 혁명에 대한 회의에 빠진 혁명가 당통을 그린다. 로베스피에르가 정권을 장악하고 공포 정치를 펼치지만 민중의 생활은 여전히 힘들고 온갖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공포 정치를 끝낼 것을 주장하는 당통파와 공포 정치를 통한 혁명 완수를 외치는 로베스피에르파가 대립한다. 당통이 감각과 관능을 중시하는 쾌락주의자라면, 로베스피에르는 철두철미한 도덕주의자다.

 

당통은 로베스피에르가 내세우는 이상적 도덕과 사회의 모습이 허황된 것임을 깨닫지만 새로운 혁명의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는 삶이 주는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죽음과 무(無)의 세계를 동경하며, 삶에서도 죽음에서도 의미나 가치를 찾을 수 없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몸으로 보여 준다.

 

스스로도 민중 해방과 혁명을 위해 활동했던 뷔히너는 보다 나은 사회의 건설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광기로 치닫는 혁명을 묘사하는 동시에, 회의하는 혁명가이자 감각적 쾌락주의자인 당통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인간의 전형을 제시한다.

 

특히 당통과 로베스피에르 등 주요 등장인물들이 격정적으로 토해 내는 대사들에서는 인간 내면의 깊은 울림이 생생히 전해진다. 실존 인물 당통을 재해석하여 숨 쉬고 살아 움직이는 ‘인간’을 창조해 낸 「당통의 죽음」은 역사와 인간 존재에 대한 뷔히너의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독일 문학사에 혁명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작가 뷔히너의 대표 희곡들

 

뷔히너는 독일 문학에서 ‘시대를 앞선 작가’라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19세기 전반기에 발표됐지만 그 안에 담긴 형식 파격과 사실적 묘사, 과감한 표현은 20세기 현대 문학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보이체크」와 「당통의 죽음」이 작가가 사망하고 수십 년 후인 1902년과 1913년에 와서야 각각 초연됐다는 사실에서도 뷔히너 문학의 현대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뷔히너는 정치, 사회 혁명가였을 뿐만 아니라 문학, 예술 혁명가였다. 「보이체크」 그리고 「당통의 죽음」은 젊은 혁명가 뷔히너의 문학적 야심과 열정, 인생이 집약된 역작이자 대표작이다.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소개

 

1813년 10월17일 헤센 공국의 고데라우에서 태어났다.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다름슈타트로 이주해 그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1831년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의학부에 등록해 의학을 공부했다. 독일과 헤센 공국의 정치 상황에 관심이 많아 여러 진보 단체에서 활동했고 1834년에는 사회주의 성향 소책자 「헤센 급전」을 작성, 배포함으로써 농민들에게 봉건적 억압에 저항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정치 활동 때문에 체포될 위험에 처하자 프랑스로 도주, 스트라스부르에서 작품 활동과 더불어 자연 과학 연구를 병행했다. 1836년 취리히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자연 과학 강사로 임용되어 동물해부학 강의를 맡지만 병에 걸려 강의를 중단했다. 1837년 2월 19일 2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뷔히너는 짧은 생애 동안 희곡 「당통의 죽음」, 「보이체크」, 「레옹스와 레나」 그리고 장편 소설 『렌츠』를 남겼다. 시대를 앞선 파격적인 형식과 격정적인 언어를 보여 주는 그의 작품들은 많은 후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뷔히너의 이름을 따 제정된 게오르크 뷔히너상은 오늘날 독일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힌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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